물밭
(@badasea00)
쏴아아, 거리는 물소리와 함께 들리는 구토질 소리가 이렇게도 듣기가 싫을까. 수도꼭지를 틀어놓기를 정말로 다행이라고 생각한다. 드라마에서 가끔씩 구토질을 할 때마다 틀어놓는 수도꼭지에 어째서 일까라고 생각을 해서 틀어놓은 건데 이런 좋은 쓸모가 있다니. 앞으로 자주 이용해야할 필요성을 느꼈다. 다시 한번 더 밀려오는 구토감에 머리를 변기에 박을 수 밖에 없었다. 눈을 감고 하나, 둘, 셋. 속으로 숫자를 세면서 그 박자에 맞춰 나오는 위액에 헛웃음이 나오지만 여전한 구토 질에 나오지는 못했다. 드디어 멈춘 구토질에 고개를 들고 변기를 바라보니 검붉다고 해야하는 지 새빨갛다고 해야할 지 모르겠다. 변기의 속이 빨개진 것을 보고는 오소소, 온 몸에 소름이 돋기 시작했다. 이리저리 흔들 거리는 정신 속에서 제대로 입을 헹구고 올라갈 수 있을 지가 걱정이다. 입을 헹구고 머금은 물을 뱉으니 새빨간 피가 세면대에 한가득 채워졌다. 세면대와 변기 두 곳 모두가 더러워 졌다. 한숨을 푹 쉬고 변기 물을 내리고 세면대를 닦아냈다. 핏물이 구멍 속으로 모두 사라진 것을 전부 확인 하고 문을 열고 나왔다. 벌써 이렇게 피를 내뿜으며 몸이 이상해진 게 벌써 일주일 째이다. 몸은 날이 가면 갈 수록 점점 안좋아지고 있다. 일어날 때에는 항상 어지러움과 두통을 동반하고 있고, 자기 전에는 항상 밀려오는 구토감에 날을 새다 싶이 지내고 있었다. 그 일주일 동안. 그 일주일 만에 이렇게 몸이 이상해진다는 게 정말로 이상하다고 생각하고 병원을 갈까라고 생각을 해도 만약 큰 병이라면 그 병원비를 어떻게 충당할지에는 니트인 오소마츠는 불가능 하다고 생각을 한다. 나중에 이걸 들키면 어쩌지, 라는 생각을 하면서도 일단 어떻게든 되겠지라고 생각하는 건 역시 오소마츠여서 인건가. 2층을 다시 올라갈까라고 생각해도 이대로 간다는 거는 혹시 모를 구토와 피를 동생들이 보는 짓은 이쪽에서 사양이다.
그러면 뭐 할까, 라고 생각하자 할 수 있는 짓은 그저 산책 뿐이었다. 안그래도 내보낼 수 있는 것은 전부 피와 함께 내보냈으니 피곤할만도 하지만 여기 더 있다간 토하는 소리에 동생들이나 아니면 부모님이 깰 수 있다. 차라리 토한다 해도 밖에서 하는 게 훨씬 나을 수도 있다. 뭔가 환경미화원 분들께는 미안하지만 오소마츠의 선택을 다른 쪽으로 보면 어쩌면 당연하다고 생각한다. 가족중심의 오소마츠에게는 폐를 끼치고 싶지 않은 거겠지. 한텐을 단단히 걸치고 혹시라도 누가 깨어있지 않을까하고 슬쩍 계단에서 소리를 들어봤지만 여전히 꿈나라 행인 동생들 뿐이었다. 부모님은 동생들을 보기 전에 주무시는 걸 이미 보고 왔기에 모두 오케이인 셈이다. 드르륵, 문을 열고 나가니 새벽의 찬바람이 몸을 감싸매웠다. 역시 너무 추운 걸까나, 핫팩이라고 들고 나갈까라고 생각을 하나 신발까지 신었는 데 다시 들어간다는 건 너무 귀찮은 짓인 거다. 마침 돈도 약간 있으니 차라리 밖에서 따뜻한 커피를 산다는 게 더 나은 선택지 같다. 짤랑 거리는 동전을 들고 추운 바깥에 몸을 맡겼다. 그래도 약간의 추운 화장실에서 시간을 보내서 인지 그래도 따뜻한 곳에서 있다가 나온 것보다는 나을 거다. 음, 아니다. 역시 추워. 손발이 얼고 있는 기분이다. 얼른 편의점을 찾아야겠다, 라고 생각한 순간에 다시 한번 더 올라오는 굵은 토기에 몸을 떨었다. 아아, 얼른 토할 곳을 찾아야 하는데.. 라는 생각을 가지고 짜증나게도 기어이 움직이지도 않는 다리를 가까스로 움직이며 구석진 곳을 찾았다. 마침 알맞게 사람들이 별로 다니지 않을 골목길을 발견했다. 꾸역꾸역 올라오는 구토감을 버티면서 골목길의 중간까지 걸어갔다.
이제 막 중간인가, 싶을 정도로 걸었을 때 더 이상 참지 못했는 지 기어코 구토질을 시작했다. 마침 새벽녘 이여서 피 색깔이 눈에 그래도 흐릿하게 보이는 검붉은 핏빛이 흐릿하게 나마 보이는게 웃기기도 하고 어찌보면 어이없기도 한다. 그렇게 쭈그려서 토를 하고 어지러운 얼굴을 들고 보니 나오는 건 피 밖에 없었다. 그렇게 토했는 데 나오는 게 피 밖에 없다니. 이미 안에 있던 것은 아까 집에서 다 내보내서 그럴 수 밖에 없지만 그래도 피만 나왔다는 생각에 머리 전체가 새하얗게 되었다. 아직도 땅바닥에서 축축하게 있는 피덩이가 어지러운 머리에서도 저절로 재생이 가능했다. 어지러운 머리를 부여잡고 다시 거리로 나갔다. 참으로 다행스러운 게 있다면 새벽이라서 사람이 없다는 점과, 자신의 트레이드 색깔이 빨강이라는 점이다. 오늘 커피를 마시는 것은 무리인 것같다. 편의점에서 물티슈나 사야할 것같다. 아직 입에 묻어있는 피를 한텐으로 대충 문질러서 닦았다. 그래도 아직 묻어 있을 피를 생각 하면서 입을 단단히 한텐으로 가리고 편의점으로 걸어갔다. 편의점에서 작은 물티슈를 산 뒤에 입을 편의점의 거울을 보면서 편의점의 알바생이 보지 못하도록 얼른 닦아냈다. 마음이 급했는 지 아니면 너무 세게 닦은 건지 입술과 입술 주위가 쓰라렸다. 다 닦아낸 것을 확인한 뒤에 얼른 편의점을 빠져나왔다. 계속 밖에 나와있다가는 또 언제 피를 쏟을 지도 모른다. 이제야 밖에 나온게 후회가 된다. 차라리 집 화장실에서 죽치고 앉아있는 게 차라리 낫다. 하지만 힘이 들지 않는 다리를 가지고 달린다는 것은 너무 힘들다고 생각한다. 그래도 걸어갈 수 있다는 것이 얼마나 다행인가. 오소마츠는 한시라도 빨리 가기 위해 그래도 발걸음을 할수 있을 만큼 옮겼다. 저기 멀리서 집이 점점 가까이 보여지고 있다. 그래도 여전히 멀 뿐이다. 숨이 점점 차올랐다. 이제 문 앞까지 왔다. 머리가 어지러워지면서 눈 앞이 흐러워지면서 다리에 힘이 떨어지기 시작했다.
문에 다다르자 이제 다리에 힘이 완전히 다 풀린 기분이 든다. 이제 힘이 완전히 빠진 다리에서 오소마츠가 할 수 있는 건 문 앞에서 안타깝게도 들어가지도 못하고 비틀거리는 것 뿐이다. 어지러운 머리를 가지고 할 수 있는 일은 무척이나 적었기에 이렇게 정신을 차리는 것도 대단하다고 오소마츠는 느꼈다. 그래도 여기서 계속 있다가는 온 몸이 얼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 와, 그래도 안에는 들어가야 한다고 몸을 움직였다. 천천히 문을 열고 드디어 집 안으로 들어가면 그제서야 아무런 힘이 들지 않는 것을 느낌을 동시에 몸이 붕 떠오르는 기분이 들면서 바닥에 추락했다. 풀썩거리며 의외의 가벼운 소리를 낸 자신의 몸은 움직일 생각이 들지 않는다. 아, 이렇게 누워 있으면 나중에 들키는 데.. 일어나야 되는 데.. 이러다가 여기에서 토하면 안돼는 데. 그러면 분명히 나중에 일어날 동생들 중 한명은 알아차릴 게 뻔하다. 차라리 자면 편한데 그러면 그래도 토하지는 않을 건데.. 한텐을 땅바닥에 벗어던지고 팔로 하여금 계단을 기어올랐다. 천천히라도 좋으니까 제발 중간에 의식만 잃지만 않았으면 좋겠다. 그렇게 속으로 빌며 몸을 팔로 기어가는 꼴은 참으로도 남이 보기에는 웃음거리가 될것같다. 이제 2층 문에 다다르자 오소마츠는 그 기쁨에 얼른 후다닥 문을 열었다. 하지만 그 탓때문에 쥬시마츠가 잠에 깨버렸다. 잠시 어쩌지, 라고 생각했지만 차라리 쥬시마츠여서 다행이라고 생각한다. 만약에 쵸로미츠나, 카라마츠였다면 정말로 큰일이 날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 쥬시마츠는 졸린 눈을 비비면서 바닥을 기어다니는 오소마츠를 보았다.
“오소마츠형아? 어디 아파?”
“쥬시마츠구나. 아냐아냐, 형아 어디 안 아파.. 잠시 운동하고 왔는 데 힘이 다 풀려서 그래.”
“야구했어!? 야구해서 그래?”
“응, 야구해서 힘이 다 풀렸어. 그래서 쥬시마츠, 나를 좀 내 자리까지 옮겨줄 수 있니?”
“응! 그정도는 가능!”
“착한 아이구나, 쥬시마츠는.”
오소마츠를 안아드는 쥬시마츠는 잠시 가벼워진 오소마츠에 머리를 갸우뚱 거리긴 했지만 운동하고 와서 그런 거라고 가볍게 넘겼다. 오소마츠를 그의 자리에 잘 눕히자, 오소마츠는 상이라고 머리를 부드럽게 쓰다듬었다. 아무리 힘이 없다한들, 자신의 착한 동생에게 줄 수 있는 힘은 쥐어짜서라도 만들어낼수 있다., 라고 생각한다. 쥬시마츠는 그런 상을 기분좋게 받아드렸다. 쥬시마츠는 갑자기 훅 들어오는 연한 비릿한 냄새에 웃고 있다가 또 한번 잠시 갸우뚱 거렸다. 쥬시마츠는 오소마츠가 의심스러워 지기 시작했다. 아무리 상황을 잘 보지 못한다 하연들, 눈치만큼은 그래도 파악할 수는 있었다. 들어올 때 걸어오지 않고, 기어서 들어와서는 운동을 해서 힘이 없다는 건 좀 말이 안될 수도 있다. 아무리 많이 해도 걸어올 수는 있잖아. 몸이 가벼워 진 것도 그렇다. 요즘들어 오소마츠는 잘 먹지 않고 남기거나 식사를 거부하기에 가벼워지는 게 당연할수도 있다. 그리고 비릿한 냄새 야구를 하다가 상처가 나면 풀풀 나는 비릿한 냄새. 형아, 아프구나. 저절로 눈썹이 내려앉았다. 갑자기 갸우뚱 거리다가 눈썹이 슬플 정도로 내려가는 쥬시마츠에 오소마츠는 이상함을 느꼈지만 속으로는 들켰을 지도 모른다고 생각한다. 쥬시마츠는 개코이니깐 혹시라도 피냄새라도 맡을 가능성도 있다. 그렇게 서로 침묵을 유지하다가 쥬시마츠의 괜찮아? 라는 질문에 마음 속의 무언가가 무너진 기분이 들었지만 어쩔 수없다고 생각한다. 그렇게 피를 토하고 왔는 데 안나는 게 이상하고 모른다는 게 좀 말이 안될 수도 있다. 쥬시마츠는 괜찮냐, 라고 말한 뒤로 부터 오소마츠와 눈을 제대로 마주치지 못하고 있다. 나쁜 짓을 한 것같은 뒤가 찜찜한 기분이 온 몸을 슬금슬금 타 올랐다. 소름끼칠 수도 있는 감각에 몸을 잠시 부르르 떨었다. 그런 쥬시마츠를 보면서 오소마츠는 쥬시마츠의 머리를 쓰다듬으면서 언제나 똑같고 항상 그래왔던 상냥한 목소리로 쥬시마츠를 불렀다. 오소마츠의 목소리에 쥬시마츠가 본 오소마츠의 표정은 참으로도 애잔했다.
“쥬시마츠, 이 형아는 괜찮아. 일단 지금은. 만약에 여기서 더 나빠지면 나중에 다른 애들한테도 말할테니깐 오늘 여기 있었던 일은 모두한테 비밀이야? 알겠지?”
“하지만 그래도알리는 게,,”
“괜찮아, 괜찮아. 나중에 알려도 지금 알려도 똑같아, 그리고 다들 자고 있잖아? 너무 걱정하지마. 형아는 괜찮아.”
“하지만 오소마츠형아, 하나도 괜찮아 보이지 않아..”
무척이나 자신을 걱정하는 이 사랑스러운 내 동생을 어찌해야할까, 라머 오소마츠는 생각을 했다. 슬픈 듯이 눈꼬리를 내리고 한껏 웃는 입이 멋진 모습인 쥬시마츠는 입을 하나로 모으며 가뜩이나 슬픈 얼굴을 만들었다. 오소마츠는 자신을 이렇게 걱정해주는 쥬시마츠가 역으로 오소마츠는 쥬시마츠가 걱정스러웠다. 만약 자신이 이 안쓰러운 동생들보다 먼저가면 어떻게 해야할까, 울다가 실신하는 건 아닐까? 라며 상상을 해봤지만 니트동정인 동생들이 이 형아가 먼저 간다고 한들 울지는 않을 모양일 것이다. 아, 갑자기 그런 상상하니까 내 처지가 불쌍하잖아, 라고 오소마츠는 속으로 말했다. 차라리 울지 않으면 좀 좋을 거야. 그래야 자신이 간다한들 마음이 편할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가슴이 좀 아프네, 라며 오소마츠는 쥬시마츠를 소중하다는 듯이 쓰다듬으면서 씁쓸하게 웃었다. 쥬시마츠는 그런 오소마츠의 손길을 가만히 받아드렸다. 쓰다듬는 손길이 예전스럽지만 무언가 다른 기분이 드는 이유가 무엇일까. 생각을 해봐도 마땅한 답이 나오지 않기에 생각을 포기했다. 다시 들어가 자라는 오소마츠의 말에 쥬시마츠는 그저 그 말을 따를 수 밖에 없었다.
-
“아, 또냐고..”
따뜻한 코타츠에 앉아 기분 좋게 다시 보여주는 드라마를 보다가 뚝뚝 흐르는 기분이 들어 아래를 보니 코타츠에 빨간 것이 보기 싫게 동그랗게 떨어져 있었다. 자각을 하자 더 많이 쏟아붓는 것같다. 다른 동생들이 보기 전에 얼른 휴지를 가져올려고 주위를 둘러봤다. 마침 그리 떨어지지 않는 곳에서 각티슈가 보였다. 그렇게 코를 최대한으로 막고 휴지가 있는 쪽으로 몸을 돌리자, 각티슈가 누군가의 손에 들려졌다. 설마 다른 동생이 있었던건가? 언제부터? 온갖 생각을 해봤자, 역시 쵸로마츠나 카라마츠가 아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한가득이었다. 그 둘은 정말로 자신을 걱정해주는 지, 귀찮게 하는 건지, 잔소리를 하는 건지 전혀 알다가도 모르겠다니깐. 이미 피로 덕지덕지 묻었을 코와 손 안쪽이 잘 보이지 않게 다른 손으로 잘 감싸고 위를 올려다 봤다. 아, 진짜 운도 나쁘네. 하필 쵸로마츠라니. 그 녀석을 닮은 초록색 한텐을 입고 위에서 오소마츠를 내려보는 쵸로마츠에 오소마츠는 그저 보기만했다. 그렇게 잠시 있다가 이제 두 손을 넘쳐버린 피가 손가락 사이사이를 파고나가 밖으로 줄줄 떨어졌다. 그 느낌에 놀라 손을 뗄 뻔했지만 여기서 손을 놓으면 아예 후드득, 거리며 바닥에 떨어지겠지. 방 안에 피냄새로 가득차는 것은 오소마츠 쪽에서 사양이었다. 쵸로마츠 쪽을 보니 이런 일은 발생할 줄 몰랐다는 양, 무척이나 당황하는 표정을 보이며 휴지를 몇장이나 뽑아들고는 오소마츠의 손에 묻은 피와 바닥에 묻은 피들을 닦고 있었다. 이 녀석, 이런 표정도 지었던가? 일단 계속 여기있으면 치우는 데 방해이고 혹여나 여기서 더 피를 흘릴 지도 모르는 일이니 얼른 손으로 코 사이를 단단히 막고 화장실로 곧장 뛰어갔다. 쵸로마츠가 오소마츠를 부르는 소리가 들리긴 했지만 이 쪽이 더 급하다. 화장실에 들어가자마자 문을 잠그고, 세면대에서 손을 드디어 풀었다. 손을 푸니 코와 그 주위는 피범벅이었고, 손도 그것과 같은 운명이었다. 이 만큼을 내 보냈는데 여전히 코에서는 여전히 피가 수도꼭지를 약간만 틀어놓은 것처럼 간간히 뚝뚝 떨어졌다.
“하아, 진짜 가관이네..”
피가 묻지 않고 수도꼭지를 틀기위해 팔로 꼭지를 올리고 손을 박박 씻었다. 흡사 공포영화에서만 나올 법한 세면대에 흐르고 튀기는 피들에 웃음이 나올 법했다. 코도 닦고 가까스로 지혈은 했지만 언제 또 나올지 몰라, 휴지로 두 곳 모두 막았다. 이제 숨은 입으로 쉬어야 겠네, 라며 귀찮다는 것처럼 수건으로 대충 닦았다. 마지막으로 토도마츠가 화장실에서 이상한 냄새가 나는 건 싫다며 가져다 놓은 향수가 있기에 창문을 열고 칙칙, 뿌려댔다. 너무 뿌렸는 지 독한 향이 화장실 안에 가득 찼지만 피냄새가 나는 것보다는 훨씬 낫잖아? 이렇게 창문도 열어놓으면 향수냄새도 좀 연해지겠지. 드디어 문을 열고 나오니 쵸로마츠가 화장실 문 옆에서 기다리고 있었다. 아, 이거 진짜 망했다. 라며 움찔거렸다. 쵸로마츠는 오소마츠를 보더니 다른 말도 아니고 그저 이리 와, 라고만 말해서 인지 오소마츠는 더 긴장을 했다. 혹시 이미 벌써 다른 애들에게 알린 게 아닐까? 오소마츠는 여러 생각이 겹치고 겹쳐 더 무서운 상황을 생각하고 있었다. 코타츠로 오라는 몸짓에 서로 마주보도록 앉고 가만히 귤을 까는 쵸로마츠에 오소마츠는 도대체 이게 무슨 상황인지 쵸로마츠의 눈치를 확인하고 있었다.
“언제부터야.”
“응?”
“언제부터 그렇게 몸이 약해졌냐고 묻고 있어. 똑바로 대답해. 아니면 주먹을 날릴 거니깐.”
“맞는 건 싫은 데.. 으음.. 한 일주일 넘었나? 아니지 8일 째였나?”
“역으로 나한테 물어보면 어쩌라는 거야. 것보다 8일이나? 병원에는 가봤고?”
“하아? 니트동정인 내가 병원을 가봤자 어쩌자는 거야? 만약 큰 병이면 그 막대한 병원비는 어떻게 하려고? 그거 진짜 우리 집에서 감당 못해. 차라리 불치병이면 모르지.”
“그래도 어떤 병인지 알고 가는 게..”
“쵸로마츠, 이건 내가 선택한거고 이젠 어쩔 수가 없어. 부탁이 있는 데 다른 애들한테는 알리지 말아줘. 다른 녀석들에게 걱정끼치고 싶진 않아. 뭐, 쥬시마츠한테는 들킨 것같지만.”
“하아.. 쥬시마츠 들킨 거냐고. 그러면 병원에는 가, 차라리 무슨 병이라도 알고 가자, 응?”
“글쎄, 이 카리스마 레전드 형아의 직감으로는 아마도 이미 틀린 것같아서 말이야?”
“헛소리하지말고 병원에서 가라고 이 망할 장남아! 그렇게 걱정이나 끼치고. 아주 잘하는 짓이다!”
벌받은 거야! 라고 말을 하지만 속으로는 엄청 걱정하고 있으면서, 라고 생각하는 오소마츠는 귤을 까면서 이리저리 태클도 걸고 잔소리를 하는 걸 보니 원래의 쵸로마츠로 돌아왔네, 라며 오소마츠도 통통한 귤을 하나 집어들었다.
“8일 동안 밥 잘 못먹던 거도 그거 때문이야? 살도 빠진 것 같은데..”
“우리 쵸로쨩은 눈치도 좋네-?”
“아니아니, 평소에 한그릇은 뚝딱 하던 놈이 갑자기 먹는 것이 반으로 줄면 당연히 눈이 가지. 다른 애들도 평소에 오소마츠형 어디 아픈 거 아니냐고 쑥덕거리고 있다고. 숨기고 싶으면 잘 좀 숨기던가 그게 뭐냐?”
“그래도 피 토한다는 것은 안 들켰으니깐 럭키 아니야?”
“잘한다 아주. 그래도 이제부터라도 건강 좀 챙겨. 그러다가 한 순간에 확 간다고..”
“쵸로마츠가 언제부터 내 걱정을 한거야?”
“이 자식은 걱정을 해줘도 장난을 쳐?”
투덜투덜 거리는 쵸로마츠를 보며 그래, 저게 쵸로마츠지. 라며 오소마츠는 입꼬리를 슬쩍 올려 웃었다. 그래도 하나 다행인 점이 있다면 너무 꼬치꼬치 캐묻지 않는 것과 다른 애들에게 알리지 않겠다는 것이다. 그것만으로도 얼마나 감사한지. 카라마츠여도 이런 것이 나올지는 의문이다. 잠시 생각을 해봤지만 역시 그 녀석은 아닌 것같다. 그 녀석은 만약 자신이 피를 토하는 것을 보자마자 바로 달려들어서는 병원에 강제 입원을 시킬 것이다. 그런 드라마에 나올 법한 상황은 정말로 오소마츠쪽에서 사양이기에 금새 생각을 지웠다. 그렇게 귤을 까먹으면서 다시 재방송 중인 드라마를 보면서 가만히 따뜻한 코타츠에 앉아 귤을 꺼먹었다. 그렇게 귤을 6개 정도 까먹었을 때, 오소마츠가 말을 걸어왔다.
“애들한테는 말 안할 거야?”
“그러는 넌 내가 말한 다고 하면 어쩔려고?”
“무조건 못 말하게 만들어야지. 애들한테 걱정끼치고 싶지는 않으니깐.”
“이래서 니 자식이 문제인 거야. 함부로 죽는 다는 말은 하지마.”
“그래도 난 쵸로마츠를 믿으니깐 애들한테 말 하지 않을 거란 건 알고 있어. 어때? 뭔가 두근 거리지 않았어?”
“내가 두근 거리면 앞으로 니 꼬봉이다.”
“에에? 너무해 쵸로쨩, 이럴 때는 솔직하게 말해야하는 거라고?”
“그럼 너도 솔직하게 애들한테 아픈 거 말해.”
“아니 그건 사양.”
오소마츠는 그 말을 마치고 실실 웃었다. 쵸로마츠는 오소마츠를 보며 뭐가 좋냐며 뭐라 하고 있다. 잠시 전 만 해도 피바다가 날 뻔한 것이란 걸 망각한 것같다. 그래, 차라리 이런 게 낫지. 그렇게 자신이 쓰러지기 전까지라도 이렇게 있으면 좋겠다, 라고 오소마츠는 생각을 했다.
-
쨍그랑 거리나 딱딱 거리면서 젓가락과 그릇이 맞부딧쳐 나는 소리가 거실을 가득 채웠다. 한창 저녁을 먹는 여섯쌍둥이었다. 그렇게 조용히 먹는 가 싶더니 젓가락을 내려놓는 소리가 낫다. 다른 5명이 그 쪽으로 눈길을 줬다.
“잘 먹었습니다.”
“오소마츠형, 요즘들어 너무 적게 먹는 거 아니야?”
“응? 아, 어제 술 너무 먹어서 술 좀 깨려고. 내 몫까지 이치마츠가 많이 먹어줘-”
“괜찮아?”
“응! 형아 멀쩡하다고-?”
몇번 먹지도 않아 거의 남긴 밥그릇을 들고 부엌으로 들어가는 오소마츠형을 보면서 다른 형제들을 숙덕숙덕 거렸다. 하지만 오소마츠형이 다 들었을 것같다고 생각한다. 토도마츠가 말을 걸어왔다.
“쵸로마츠형, 오소마츠형 어디 안좋은 거야?”
“그건 또 무슨 소리야?”
“아니, 요즘들어 이상하잖아! 모른다는 투로 말하지마. 밥도 잘 안 먹고 잠도 잘 못자는 것같고, 오소마츠형은 모르겠지만 가끔씩 밤마다 토하는 소리도 들리고.. 병원에 한 번 데려가야하는 거 아니야?”
“가끔씩이 아니야.. 어제도 토한 것같아..”
“이치마츠도 어제 들은 것인가?”
“뭐야 카라마츠형도 들었어? 다 본거야? 쥬시마츠형은?”
“난 모르는 데!”
“하긴 어제 잘 자더라.. 쵸로마츠형은? 형은 얇게 자잖아.”
“어제는 푹 자서 몰라. 그리고 오소마츠형에게 뭔 일이 생겼으면 벌써 우리한테 말했겠지. 병원에 갈 정도면 엄마나 아빠한테 말했을 텐데 아무 일 없다면 걱정하지 않아도 될 껄?”
“그런가..”
“너무 걱정마. 무슨 일 생기면 오소마츠형이 우리한테 먼저 말하겠지.”
토도마츠에게 무언가를 말하려다가 오소마츠형은 그세 부엌에 갔다왔는 지 2층으로 올라가는 계단 소리를 듣자 다들 목소리를 내는 것을 멈췄다. 계단을 오르는 발자국 소리 하나하나를 들으면서 우리는 식사를 멈췄다. 다들 입맛이 떨어진 거겠지. 쥬시마츠는 무척이나 슬픈 얼굴이 되면서 무기력해져서는 젓가락을 도통 들 생각이 들어보이지 않는다. 카라마츠가 쥬시마츠를 위로 해줬지만 쥬시마츠는 이미 내려간 입꼬리를 다시 올릴 기미를 보이지 않는다. 다른 형제들은 아무래도 쥬시마츠가 오소마츠형이 걱정되서 저러는 줄 알지만 나와 쥬시마츠는 서로 알고 있다. 오소마츠형이 어떤 상태인지. 그 상태가 얼마나 나쁜지는 우리 둘과 오소마츠형. 아니지, 오히려 오소마츠형의 상태은 나와 쥬시마츠가 알고 있는 상태보다 훨씬 더 악화 되었거나 심각할지도 모른다. 그 때 피를 쏟은 게 처음일지, 한 두번일지, 아니면 그보다 더 많을 지는 전혀 모른다. 그저 상태가 좋기만을 바랄 뿐이다. 아직도 축 처져있는 형제들을 보면서 밥을 먹는 건 정말 힘들었고 덩달아 나도 기분이 축 처지는 것같다. 아, 오늘은 나도 밥을 못 먹을 것같다. 부엌으로 가기 위해 밥그릇을 들고 일어나자 이치마츠도 같이 일어났다. 그러자 6개의 눈이 나와 이치마츠를 졸졸 따라왔다. 감시당하는 것처럼 느끼는 기분이 내 몸을 타고 올라왔다. 오소마츠형도 이런 기분일려나?
-
밥을 먹고 올라온 게 실수이었나, 속이 울렁거리기 시작했다. 요즘들어 밥이든 뭐든 먹기만 하면 저절로 올라오는 구토감에 이젠 지겨울 정도였다. 속이 울리고 이상할 정도로 어지럽고 기분이 이상해진다. 밖으로 나갈까? 다행히 밤이여서 사람들이 별로 없을 거지만 지금 나가면 자신을 걱정하는 동생들 중 꼭 한명이 자신을 따라올 수가 있을 가능성이 있다. 그렇다고 화장실을 가서 토하는 것도 다 들릴 가능성이 높다. 수도꼭지를 틀고 하는 것도 나쁘지는 않지만 그래도 역시 좀 그렇네. 벽장 안에 들어가 미리 가져다 놓은 비닐봉지 무더기 중에서 하나를 꺼내 토가 나올 때까지 입에 봉지를 가져갔다. 속은 메스껍고 머리는 어지럽고 아주 가관이다.
“우욱, 하아.. 진짜 병원에 가야하나.. 그래도 큰 병이면 정말 큰일인데.. 우웁!”
말을 하다가 갑자기 나타난 구토에 최대한으로 소리가 안나게 했다. 하지만 역시 들렸을 려나? 2층 문을 여는 소리와 자신의 이름을 부르는 소리가 같이 들려왔다. 미안, 형아 누구인지 모르겠어. 목소리를 들으면 바로 알 수 있었는 데 지금은 누가누군지 하나도 모르겠다. 벽장 문을 여는 소리와 함께 구토도 끝이 났고, 간신히 비닐봉지를 묶어 구토한 것을 바닥에 뿌리는 일은 피해갔다. 중요한 건 힘이 전혀 들지가 않는다. 몸이 쓰러지는 것을 막아준 것은 보라색 후드를 입은 사람이었다. 이치마츠는 나를 보면서 울 것같은 얼굴이었다. 이치마츠는 자신의 아랫입술을 깨물고는 내 이름을 불렀다. 모든 게 다 흐리고 아프게만 보였지만 그 이치마츠의 울 것같은 목소리는 정말 잘 들렸다. 어째서 일까? 지금 생각해도 모르겠다.
“형.. 오소마츠형..”
“응.. 그래, 형 여기 있어.. 뭔가 미안?”
“쵸로마츠가 올라오는 거 보고 따라 올라왔는 데, 막 토하는 소리가 들려와서 보니깐 2층에서 오소마츠형이 토하는 소리가 들려와서.. 나 벽장문 열었는 데 오소마츠형이 쓰러질 것같아서… 나.. 무서워지고.. 어떻게 할지도 몰라서…”
“응.. 그랬구나. 형 잡아줘서 고마워. 덕분에 살았어. 이치마츠 덕분에 살았어.”
“다, 다른 애들한테 말해야..”
“이치마츠, 그건 안돼.. 아직 안돼 그거 진짜로 안돼..”
“하지만 형 아프잖아, 아프면 병원을 가야하잖아…”
“이치마츠.. 아직 안돼.. 정말 안되니까 다른 애들한테 말하지 말아줘.. 부탁이야..”
이치마츠는 오소마츠를 보면서 이해할 수 없다는 표정을 지었다. 하지만 부탁을 거절하기에는 오소마츠의 모습이 너무나도 간절해보였다. 방금 전에 토를 해서 그런지 온 몸에서 힘이 다 빠져서는 거의 누워 있는 것과도 마찬가지였다. 몸을 일으킬 수도 없었다. 부들부들 떨어오는 팔이 너무나도 애처로웠다. 이치마츠는 점점 무서워졌다. 이런 애처롭게 보이는 오소마츠의 모습은 이치마츠에게는 너무나도 무섭고도 어디론가 사라질 모습에 두려워 보였다. 이치마츠는 울 것같았고 결국에는 울 수 밖에 없었다. 무섭고 스몰스몰 올라오는 소름끼치는 기분에 결국 울어버린 것이다. 이치마츠가 울자, 오소마츠는 얼굴에 놀람을 가득 담고 이치마츠의 눈꼬리에 맺힌 눈물을 떨리는 손으로 닦아주었다. 결국 나도 너를 울리고 마는 거구나. 그 전의 새벽에 울 것같은 쥬시마츠의 표정이 여전히 머리에 남아 있었다. 곧 있으면 울 것같다고 말하는 축 처진 눈썹과 눈꼬리, 항상 밝게 웃을 줄만 알았던 그 입이 너무나도 밝았는 데 그 때는 꾹 닫힌 입이 그렇게나 안쓰러워서 역으로 자신이 울 것만 같았던 얼굴. 그걸 보고 더이상 동생들을 울리고 싶지 않았는데 결국에는 울려 버렸는데. 이런 자신이 너무나도 싫었다. 나는 이것 밖에 못하는 건가. 나는 동생을 울려버리는 나쁜 형인 거구나. 그렇게 생각을 하자 모든 게 하얗게 변했다. 아아 나는 더 이상.. 말을 하는 법을 잊어버렸다. 정신을 차리지 못하겠다. 손을 움직이지 못하겠다. 숨을 쉬는 방법을 잊어버렸다. 어떻게 해야할지 모르겠다. 분명 소리는 들려오는 데 분명히.
”오소마츠형..? 오, 오소마츠형!”
“후윽..! 하, 으.. 후윽..!”
“이, 이럴 때는.. 어떻게…”
“이치마츠, 비켜.”
패닉 상태가 와버린 이치마츠에게 어깨를 두드리는 사람은 쵸로마츠였다. 오소마츠를 끌어안고 우는 이치마츠는 쵸로마츠에게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오소마츠형이 다른 형제들이 알면 안된다고 했는 데 근데 쵸로마츠가 알아버렸어. 안돼, 이렇게 되면 안되는데. 쵸로마츠는 패닉에 빠진 이치마츠의 어깨를 두드리며 진정하라는 말을 하고 오소마츠가 어디서 나왔는 지 말하라고 했다. 이치마츠는 아직도 눈꼬리에 작은 물방울을 만들고 떨리는 손가락으로 벽장을 가리켰다. 쵸로마츠는 한숨을 쉬고 벽장에 들어가서 검은색 비닐봉지 2장과 무언가가 담겨져 있는 아까와 같은 검은 색 비닐봉지를 가져왔다. 무엇을 하려는 걸까. 쵸로마츠는 한 장을 이치마츠에게 주었다.
“그걸로 오소마츠형의 호흡을 도와줘. 아 진짜, 토하고 나면 한장이 아니라 두장으로 밀봉을 해야지. 흐르면 누가 치우라고..”
이치마츠는 쵸로마츠의 말을 가만히 듣다가 정신을 차리고 얼른 봉지의 입구를 가져갔다. 이치마츠는 말을 더듬긴 해도 오소마츠에게 천천히 숨을 쉬고 내쉬라고 말을 했다. 그 말을 두세번 정도 반복을 하자 빠르긴 해도 천천히 크게 들이 쉬고 내쉬기 시작했다. 이치마츠는 그것을 보고 안심한 듯 다행이다.. 라며 조용히 중얼거렸다. 쵸로마츠는 그것을 보고는 작게 미소를 지었다. 그렇게 한 10분 가량이 흐르자 오소마츠는 자신의 입에 붙어있는 봉지를 치우고 바닥에 붙어있던 몸을 일으켰다. 이치마츠는 허둥지둥거리고 안절부절하며 다시 오소마츠를 앉힐려고 했지만 오소마츠는 그런 이치마츠를 웃으면서 거부했다. 이치마츠는 봉지를 두 손으로 꼭 쥐고 어쩔 줄 몰라했다. 오소마츠는 그런 이치마츠의 머리를 부드럽게 쓰다듬어주었다. 쵸로마츠는 아마도 오소마츠의 구토가 담은 2중 밀봉된 봉지를 쓰레기 통에 넣으면서 말을 걸었다.
“이제 괜찮은 거야?”
“응.. 쵸로마츠하고 이치마츠 덕분에 살았네. 둘 다 고마워..”
“오, 오소마츠형.. 쵸로마츠는 그냥 들어왔다가..”
“아, 걱정마. 나와 쥬시마츠는 오소마츠형의 상태를 이미 알고 있었어.”
“두, 둘이? 언제부.. 터?”
“나는 한 이틀 되었고, 쥬시마츠는 그것보다 더 됬을 껄?”
아직도 제대로 이해를 하지 못하는 나를 두고 쵸로마츠는 오소마츠형에게 상태가 어떠한지 물었다. 오소마츠형은 평소와 같은 웃음으로 멀쩡하다는 듯이 말하지만 안색은 그 반대인 것같다. 창백해지고, 호흡곤란 때문인지는 모르겠지만 몸을 떨고 제대로 앉아있지를 못한다. 제대로 말하자면 흔들리는 몸을 고정시킬려고 손을 바닥에 대고 균형을 잡는 것같다. 체력이 없는 지 어지러운지 눈도 많이 풀린 것처럼 보인다. 쵸로마츠도 그걸 눈치 챘는 지 오소마츠형에게 물을 가져다 줄지 묻고 있다. 역시 둘은 예전에 파트너 였으니까 이렇게 잘 지낼 수 있는 거겠지.. 다시 한번 더 느껴지는 오소마츠형의 머리를 쓰다듬는 손길에 오소마츠형의 얼굴을 보며 피식 웃어주었다. 오소마츠형도 그것에 답변하는 것처럼 기쁘게 웃어주었다. 부탁이야, 여기서 더 아파지지 말아줘.
-
“으욱! 흐으.. 크흡..!”
더 안좋아 지고 있다. 누가봐도 자기 자신이 봐도 상태는 날이 갈수록 심각해지고 있다. 이러다가 전부 들키는 게 아닐까? 물이 흐르는 소리와 함께 토하는 소리가 섞여 들려오고 있었다. 그래도 다행인 것은 오늘은 전부 외출한 날이다. 변기 안으로 뒤엉켜있는 핏덩어리가 너무나도 싫었고, 이제는 지긋지긋 해져갔다. 익숙해지면 안된다는 것을 알고는 있지만 익숙해지는 나날이 이제는 다 꿈이었습니다, 라는 것이 나왔으면 좋겠다. 그러고보니 지금 누구누구 알더라? 힘들어하던 나를 보고 울 것같은 슬픈 표정이 된 쥬시마츠, 피를 내뿜는 나를 보고 처음보는 당황한 표정을 보여서 뭔가 미안해지는 쵸로마츠, 토하고 있는 나를 보고 울려는 이치마츠를 보고 호흡곤란이 온 나를 보며 울던 이치마츠. 뭐야, 나 동생들 걱정시키는 정말 나쁜 형이잖아? 다시 밀려오는 각혈의 느낌에 가슴이 꽉 막힌듯 숨조차 내뱉기 힘들어서 옷을 쥐어짰다. 식도를 타고 내려오는 것은 이제 어지럽고 체력도 바닥나는 기분을 느끼며 변기 커버 위로 튀긴 피를 타고 그대로 쓰러졌다. 쓰러지면서 머리를 부딪 쳤는지 지끈거렸다. 아니면 그냥 어지러워서 그런건가? 사고[思考]도 제대로 돌아가지 않는다. 그래놓고도 나오기는 끈질기게 나오는 핏덩어리에 이제 지치기 시작했다. 이러다 빈혈오는 거 아니야? 아니, 언제까지 일까? 차라리 이러면 죽고 싶어. 차라리 죽어서 이제 그만할래. 드라마에 나온 의식을 잃는 다는 것은 이런 건가? 약간 다를 지도 모르겠네. 온 몸에 힘이 빠져가며 눈 앞이 흐려졌다. 아아, 이제 진짜로 안녕인가?
“오소마츠형! 거기 있지!”
의식이 멀어감을 느끼면서 소리치는 누군가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또 구분 못하겠다. 아마도 화장실 문을 열려는 것같은데 미안, 형이 문 잠갔다. 쾅쾅 거리는 커다란 소리가 머리를 쿵쿵 울려왔다.
“젠장, 문 잠갔잖아! 카라마츠! 이것 좀 열어봐!”
“아.. 안되는 데…”
“오소마츠형! 아직 살아있지! 멋대로 죽이면 내가 먼저 죽일 테니까!”
아니 일단 죽으면 먼저 못 죽인다고.. 소리치는 거 보니까 쵸로마츠네.. 것보다 카라마츠가 나오면 큰일인데.. 그 녀석 분명히 날 어떻게든 입원시킬려고 난리칠 건데. 토도마츠는 분명히 울게 뻔하고. 다시 쾅쾅 거리며 아까보다 더 큰 굉음을 만드는 화장실 문은 곧 너덜너덜 거리면서 걸레짝이 될지도 모른다. 부모님한테 들키면 큰 일인데. 좀 앞뒤 좀 생각하라니까. 문이 부서지는 소리와 함께 오소마츠의 이름을 부르는 소리가 화장실 안 가득 채웠다. 흐느적거리는 오소마츠를 일으킨 것은 화장실 문을 부순 장본인인 카라마츠였다. 피투성이의 오소마츠의 입을 닦고 오소마츠의 이름을 불렀지만 아직도 간간히 나오는 피의 모습에 너무나도 걱정이 얼굴을 들이밀어 나왔다. 오소마츠의 어깨를 두드리고 뺨도 두들겨봤지만 죽은 사람처럼 축 늘어진 오소마츠의 모습에 카라마츠 뿐만 아니라 아이러니하게도 그 자리에 있던 모든 동생들도 가관이 아니었다. 카라마츠는 걱정했고, 쵸로마츠는 두려웠고, 이치마츠는 패닉이 올 것같고, 쥬시마츠는 울었고, 토도마츠는 이 상황을 이해할려고 노력했다. 쵸로마츠는 토도마츠에게 구급차에 연락하라고 소리를 질렀고, 토도마츠는 이 상황을 전부 이해할 틈을 주지 않고 얼른 119에 전화를 했다. 다급한 목소리 덕택인지 이윽고 구급차의 경적 소리가 들려왔다. 산소호흡기를 매달고 탈 것에 실려나가는 오소마츠형을 보면서 쵸로마츠가 따라갔다. 카라마츠도 따라갈려고 했지만 여기서 동생들을 지키라는 말과 함께 화장실을 청소하라는 말을 듣고 카라마츠는 가만히 있을 수 밖에 없었다. 구급차가 멀어질 때까지 구급차를 보던 카라마츠는 집으로 들어와서 남은 동생들과 함께 화장실을 치우려고 했지만 패닉이 올 것같은 이치마츠와 울 것같은 쥬시마츠와 토도마츠에 카라마츠는 같이 치우는 것은 무리라고 생각한다. 걸레와 물을 담아놓은 작은 대야를 들고 화장실로 들어갔다. 너덜너덜한 문짝을 열고 화장실을 들어가기 전부터 풍기는 비릿한 피냄새가 먼저 후각을 찔렀고, 심호흡을 하고 문을 열면 마치 살인사건이 일어난 듯한 피투성이의 화장실에 카라마츠도 모르게 식도를 타고 올라올려는 구역질에 입을 막을 수 밖에 없었다. 이 많은 피를 오소마츠 혼자서 쏟아냈다고 생각하니 혹시 오소마츠가 죽을 병이 걸린 것이 아닌가 하고 의문을 가졌지만 무슨 일이 생기면 쵸로마츠가 즉시 알려줄 것이고, 이상한 상상을 하다가는 정말 오소마츠가 그렇게 될 것같아서 곧 그 생각을 지웠다. 핏물로 되있는 변기 물을 내리자, 핏물이 이리저리 튀겼다. 아예 물 공급을 피로 하는 건 줄 알겠네. 걸레에 물을 적셔서 변기와 그 주위의 피를 닦았다. 피는 역시 잘 안 지워지네.. 나중에 베이킹소다로 닦아야겠다. 카펫과 다 닦은 걸레는 세탁기 근처에 잘 놔뒀다. 손도 피냄새가 나지 않게 비누로 잘 씻고 토도마츠가 놔뒀던 향수를 뿌려놓고 창문으로 환기를 시켜놨다. 곧 있으면 피냄새가 사라질 것이다. 모든 것을 끝내고 거실로 가니 이치마츠가 구석에서 웅크리고 있었고, 울고있는 쥬시마츠를 토도마츠가 달래주고 있었다. 토도마츠는 쥬시마츠를 달래느라 고생하고 있으니 좀 무섭지만 이치마츠에게 물어보기로 했다. 전과는 다른 어두운 오로라를 내는 이치마츠에게 다가가야한다는 사실에 무섭긴 하지만 일단 상황파악이 먼저 이니깐. 이치마츠의 어깨를 두드리자, 당연하게도 반눈의 싸늘한 눈매가 카라마츠를 보았다. 카라마츠는 살짝 움찔했지만 그래도 용기를 내서 물어봤다.
“오소마츠에게 무슨 일이 생긴 것인가?”
“오, 오소마츠형은… 그러니까..”
이치마츠가 카라마츠의 눈을 피해 다른 곳을 보았다. 카라마츠는 그 것을 놓칠리가 없다. 이치마츠의 이름을 불렀다.
“이치마츠? 괜찮다. 나는 그저 물어 보려는 것이다. 만약 이걸로 나중에 무슨 일이 생긴다면 내가 다 책임지겠다. 걱정말고 말해봐라. 오소마츠에게 대해 무언가를 알고 있는 건가?”
“오소마츠형은.. 아팠어. 아주 많이.. 막 토하고 호흡곤란도 왔는 데.. 피를 토한 건 처음봤어.. 쵸로마츠와 쥬시마츠는 전부터 알았다는 데.. 나, 나는 하나도 몰랐는 데..!”
“그래, 괜찮다, 괜찮아. 그 동안 힘들었겠구나. 괜찮다, 괜찮아. 자, 여기 너의 친구가 기다리고 있다.”
울려고 몸을 떠는 이치마츠의 등을 쓰다듬어주고 이치마츠와 잘 노는 고양이를 안겨주었다. 그리고 이제 좀 진정이 되었는 지 훌쩍이는 쥬시마츠와 토도마츠에게 다가갔다. 그리고 이치마츠 때와 똑같이 카라마츠는 쥬시마츠에게 물었다. 카라마츠가 다가오자 쥬시마츠는 살짝 움찔거렸다. 카라마츠는 부드럽게 웃으면서 쥬시마츠의 등을 쓰다듬었다.
“쥬시마- 츠? 이치마츠에게 들었다. 이치마츠보다 먼저 오소마츠의 이상함을 알았다고. 언제부터 알았는 지 기억이 나는 가? 그리고 어떤 상태 였는지 기억이 나는가? 이치마츠에게 말한 것처럼 모든 책임은 내가 지겠다. 그러니 걱정말고 말해봐라.”
“오, 오소마츠형아는.. 오소마츠형아가 아픈 걸 본 건 4일 전이야.. 분명 새벽이었고, 오소마츠형아가 왔을 때는 무척 지친 얼굴이었어.. 잠결이여서 제대로는 모르겠지만 오소마츠형아, 그 날도 토한 것같았어.. 그, 그 뒤로는 나도 몰라.. 오소마츠형아가 나중에 알려도 지금 알려도 똑같다고 하고, 또, 또.. 우리들의 비밀이라고 했는 데..! 나, 그 약속 어겨버려서..!”
“그래그래, 많이 노력했구나. 수고했다. 이제 괜찮을 거다.”
“오소마츠형아. 만약 잘못되면.. 나, 나 때문에..!”
“괜찮다, 그 누구의 잘못도 아니다. 쥬시마츠는 착한 아이이니까, 잘못하지 않았다.”
결국 울어버린 쥬시마츠를 안아주고 등을 토닥이면서 달래보았지만 울음을 멈추지는 않았다. 카라마츠는 오소마츠라면 어떻게 했을까, 하며 쥬시마츠의 등을 두드려주었다. 그러자, 울리는 전화벨 소리에 쥬시마츠를 토도마츠에게 맡긴 뒤에 전화를 받았다. 목소리는 쵸로마츠였다. 다급한 목소리가 아닌 것에 다행이라고생각하지만 쵸로마츠가 말하는 것은 상상 이상이었다.
-카라마츠, 병원으로 좀 와줘야 될 것같아.-
“형님에게 안좋은 일이라도 생긴 것인가?”
-그냥 안좋은 게 아니라고.. 이걸 전화로 전하기는 힘들어서.. 일단 동생들은 놔두고 이 쪽으로 와 부모님께 동생들 좀 부탁한다고 전화드렸으니까 얼른 와.
“알겠다, 조금만 기다려라.”
뚜뚜, 거리는 전화음에 얼른 전화를 끝었다. 그냥 안좋은 게 아니라니. 죽을 정도의 위험인가? 두려운 마음과 무서운 마음이 합쳐서 뭐라 말할 수 없는 것을 만들었다. 공포 그 이상이었다. 동생들에게 다녀오겠다고 말하고 얼른 병원을 뛰어갔다. 그렇게 뛰어가서 병원에 도착하자 쵸로마츠가 카라마츠를 반겼다. 쵸로마츠의 얼굴이 조금 핼쑥해졌다. 딱봐도 좋은 결과를 보지 못할 것같다. 쵸로마츠를 따라 가니 오소마츠의 이름이 써있는 1인용 병실이 있었다. 쵸로마츠가 내미는 마스크를 쓰고 문을 열고 가니 산소호흡기와 여러 기계가 줄과 줄을 이어 오소마츠의 몸과 이어져 있었다. 드라마를 연상케 하는 모습에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쵸로마츠는 의자를 2개를 가져와 자고 있는 오소마츠의 옆에 가져왔다. 누워있는 오소마츠도 쵸로마츠 못지않게 얼굴이 핼쑥하다. 쵸로마츠는 그렇게 가만히 자신의 손가락을 만지고 있다가 말을 했다.
“폐.. 결핵이래. 그리고 너무 늦었고.”
“잠, 잠깐 쵸로마츠, 내가 잘 못 들은 것이 아니지?”
“폐결핵 맞고, 잘 못 들은 것도 아니야.. 이미 증상이 발현 됬는 데 왜 병원을 안 왔냐, 그러더라고.. 조금 더 일찍 와야했다고 한데.. 이미 퍼질대로 다 퍼져서는 더 이상 손 쓸 도리가 없데.. 진통제와 안정제는 줄 수 있지만 앞으로, 아니 오늘을 넘기기 힘들 수도 있데..”
텅 빈 눈동자를 가진 쵸로마츠는 오소마츠를 보면서 그렇게 말했다. 지금 들은 이야기를 듣고도 카라마츠는 전혀 정리가 안된다는 얼굴이었다. 그럴 만도 하지. 어제만 해도 같이 잘 자라는 말을 건네고, 아침에는 까치집을 지은 머리카락을 보고 서로 웃었는 데 오늘을 못 넘긴다고? 카라마츠는 전혀 이해할 수가 없었다. 아니면 이해를 할 수있으면서도 그저 자신이 못 받아드리는 걸지도 모른다. 어지러운 머리를 두 손으로 문질러봐도 전혀 나아지지도 않았고, 무언가 달라지지도 않는다. 그런 카라마츠를 보며 쵸로마츠는 혼잣말인지 아니면 그냥 카라마츠에게 말을 건네는 건지 모르는 것을 건넸다.
“다른 녀석들에게는 어떻게 말하지? 그 녀석들 분명히 울고불고 난리칠텐데. 오소마츠형도 일어나면 나갈려고 쌩 난리를 칠 텐데..”
“잠깐 쵸로마츠? 그게 무슨 말인가. 나가려고 난리를 치다니..”
“그 녀석 아픈 주제에 니트에다가 부모님 돈으로 사는 데 어떻게 병원에 들어가서 입원비에다가 치료비를 어떻게 충당하냐고 물어보는 거야. 참나, 그 놈의 장남이라는 자존심 때문에..”
“어쨌든 깨어나서 도망치려고 하면 내가 무조건 온 힘을 다해서 막는 다.”
“오소마츠형이 왜 안 알리려고 했는 지 이제야 이유를 알 것같아..”
“그게 무슨 소리인가?”
“아냐, 그냥 무시해.. 나는 부모님께 오소마츠형에 대한 것 좀 말하고 올게. 뭐, 난리 치시겠지만..”
-
온 몸이 붕 뜨는 기분이었다. 더 이상 아프지도 않고, 어지럽지도 않고, 내 피이지만 그 지긋지긋한 빨간 것을 안 볼 수 있다는 것에 확실히 기뻐했다. 하지만 신은 날 싫어하는 게 분명해. 그 모든 것은 꿈이었다. 눈을 뜬 것은 어두운 병원 안이었다. 아직 흐릿한 눈을 몇번 더 깜빡이며 주위를 살펴봤다. 쵸로마츠는 내 옆에서 자고 있었고 밖은 컴컴한 밤이었다. 팔을 들어오르니 여러가지 줄들이 내 몸을 엮고 있었다. 마치 거미줄에 오른 식사 느낌이어서 그리 썩 좋지는 않았다. 몸에 붙어있던 것 중에서 하나를 떼어내니 삐삐, 거리며 시끄러운 소리가 났다. 쵸로마츠 뿐만 아니라 다른 사람들도 깰까봐 허겁지겁 다시 원래 자리에 붙였다. 하지만 붙이고 난 뒤에 확인한 것이지만 여긴 1인실 이었다. 창피함을 느끼며 입에 붙어있던 산소호흡기를 떼어내고 쵸로마츠가 깨어나지 않게 다른 데로 치우고 오늘 입었던 파카를 찾고 있었다. 하지만 줄을 이리저리 치우며 찾아봐도 보이지 않았다. 다행히 옆 탁자에는 돈이 있었고, 그것은 택시를 타고 갈 만큼 충분했다. 일단 병원 복 주머니에 돈을 넣고 몸에 붙여져 있는 것을 떼자마자 뛰어갈 생각으로 준비를 했다. 하지만 그 완벽하지는 않고 약간 엉성한 계획은 아주 짜증나는 내 바로 밑 동생으로 시도하지도 못하고 실패로 끝났다. 나갈 준비를 하자, 문이 열리고 카라마츠가 보였다. 아 진짜 저 자식은 나를 마지막까지 방해하네. 카라마츠는 나에게 다가오더니 멱살을 잡았다. 아니, 것보다 먼저 나 환자고? 환자 막 다뤄도 돼? 카라마츠는 주먹을 올리고 때리려는 모습을 보였지만 곧 손을 거두고 멱살을 풀었다.
“환자 이렇게 막 다뤄도 되는 거야?”
“누가 먼저 잘못 했는 지 알 것 아닌가. 그깟 병원비 때문에 그렇게 병원을 오기가 싫었나? 니 놈 병이 뭔지 알아? 폐결핵이라고, 폐결핵! 그런 병, 난치병도 아니고. 고칠 수 있는 거 알잖아. 우리들 생각은 하지도 않았는 가? 넌 항상 그런 식이야. 그렇게 혼자만 앓다가 결국에는 큰 일 치르는 거. 그래놓고는 나중에는 미안하다고 실실 웃기만 하고. 오소마츠, 넌 우리가 그렇게 재미있나?”
“있잖아, 말은 제대로 해줄래? 여섯쌍둥이만으로도 생활비는 벅찬데, 거기에다가 병으로 병원비까지 뜯어 먹으라고? 그거 진짜 후레자식이야. 그거는 알고 말하라고, 카라마츠?”
“그러면.. 그러면 적어도 나한테는 말해줬어야지! 다른 애들은 몰라도.. 최소한 나나 쵸로마츠한테는..”
“너희에게 말하면 바로 병원 행인 걸 내가 알아서 그래. 결국에도 봐봐. 너한테 걸려서 병원에 가버렸잖아? 원래였으면 거기서 다 토하고 다른 데로 훌쩍 떠날려고 했는 데.”
“정말 말은 못하는 게 없어..”
“그러니까 이 형아, 너무.. 쿠흡!”
“오, 오소마츠!”
역시 너무 말을 많이 한건가. 목이 따끔거리다가 울컥하는 기분이 들어서 얼른 조건적으로 손을 막았지만 역시 무리였던 것인가. 손가락 사이를 잘도 통과한 내 피들이 뿜어져나왔다. 손가락을 타고 떨어지는 피는 병원 이불과 내 환자복을 완전히 젖게 했다. 방울방울 하얀 환자복과 이불에 떨어지는 피는 한가득 동백꽃을 피웠다. 아, 이제 지긋지긋해. 아픈데 정말 싫어. 카라마츠가 부르는 소리때문인지 쵸로마츠가 깨버렸다. 아, 깨어나자마자 이런 모습 보이기는 싫었는 데. 쵸로마츠는 일어나마자 내가 피를 뿜는 거를 보고는 잠시 당황해서 어버버, 거리다가 용케도 정신을 차려서는 휴지를 가져와 입 사이와 손가락 사이를 막으면서 너스콜을 불렀다. 카라마츠도 병실 밖으로 나가서 간호사들을 직접 부르러 가기로 했다. 하지만 그런 카라마츠와 쵸로마츠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피는 멈출 생각을 하지 않았다. 멈추려고 하면 할 수록 오히려 더 나오는 기분에 빈혈인가? 정신이 흐려지기 시작하고 몸의 균형이 흔들렸다. 그런 나를 쵸로마츠는 이미 피로 물든 휴지를 버리고 다시 새 휴지를 갈면서도 계속 나를 붙잡아 주었다. 그렇게 하염없이 피를 토하다가 쵸로마츠가 나를 부르는 소리가 들려왔다. 아까부터 힘이 없어 아래만 보다가 위를 보니 쵸로마츠가 나를 부르며 울고 있었다. 이 녀석 우는 거 정말 오랫만에 보네.. 힘이 다 빠져가면서도 그 생각은 용케 들었다.
“오소마츠형.. 오소마츠형 어떻해.. 피가, 피, 피가 안 멈춰..”
“쵸.. 로마츠.. 형 괜찮아… 괜찮아, 울지 마..”
우는 쵸로마츠를 보며 더 나올려는 피를 최대한으로 참았다. 의식이 흐려지고, 온 몸에서 힘도 빠져가는 것을 느꼈다. 오늘로 벌써 이런 느낌 2번 째지? 익숙하면서도 익숙하지 않은 기분에 눈이 감길 것만 같았다. 너무 피를 토해낸 건가? 머리가 어지러웠다가 괜찮았다가 왔다갔다 거리는 기분이 들었다. 쵸로마츠는 오지 않는 간호사에 나에게 금방 다녀오겠다고 하면서 다시 휴지를 뽑아서 내 손에 올려주었다. 쵸로마츠가 나가 문이 완전히 닫힌 것을 보고 드디어 참고 있었던 피를 단숨에 뿜어냈다. 동백꽃으로 가득하던 이불은 완전히 검붉은 것들로 염색이 되어서 원래의 하얀색을 찾을 수가 없었다. 휴지로 아무리 막고 막아도 없어지지 않은 끈질긴 이 것들은 나를 놓을 생각이 없었다. 더 이상은 무리야, 진짜 못 참겠어. 숨을 쉬지 못하겠어, 너무 아파, 싫어 이제. 온 갖 생각들과 온갖 고통이 들어오자, 모든 게 혼미해졌다. 아아, 미안해 애들아. 형아 이제 무리인 것같아.
“미안해.. 내, 가 미안해.. 크훕!”
구부리고 있었던 허리를 피고 침대에 누워서는 이미 피로 치덕치덕 되있어서 쓸모도 없는 휴지를 바닥에 던졌다. 철퍽, 이라며 바닥에 떨어진 피 범벅 휴지는 나중에 애들이 와서 보면 공포영화같아서 소리를 지를 지도 모르겠다. 피는 아직도 입가를 따라 조금씩 흐르고 있다. 지금까지 흐른 피들이 변기 속으로, 세면대로, 이불로, 환자복으로, 휴지에 다 묻었다. 진짜 많이도 뽑아냈네. 곧 의식이 흐려져 왔다. 전혀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다. 아, 진짜로 이제 죽는 거구나.. 멀리서 여러명이 다급하게 달려오는 소리가 들려왔다. 미안해, 이미 늦었어버렸다고? 그래도 주먹을 쥐고 있었던 손이 펴졌다.